마침표를 찍지 못한 풋사랑…누구나 추억에 젖는다

입력 2024-01-17 19:00   수정 2024-01-17 23:54

“내일, 폐교를 앞둔 학교와 이 사랑에 나는 안녕을 고한다. 이곳이 내겐 세상의 전부였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루 앞둔 소녀 야마시로 마나미(가와이 유미 분)가 학교 울타리 밖에서 교정을 내려다보며 하는 독백(내레이션)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는 일본 작가 아사이 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나미와 그의 친구들, 여학생 네 명의 졸업식 전날과 당일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들은 졸업식 이후 곧 철거될 시골 고등학교에 함께 다니는 동급생이지만, 각각 ‘안녕을 고하는’ 사랑의 대상과 성격은 판이하다. 원작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한 나카가와 슌 감독은 ‘4인 4색’의 이야기를 섬세한 감성으로 촘촘하게 엮었다.

여학생 네 명의 이야기가 균형감 있게 각각 전개되지만, 플롯의 중심축은 요리부 부장 마나미의 사랑과 이별이다. 마나미는 일찌감치 요리 전문학교로 진학이 결정돼 졸업식 답사까지 준비했다. 그는 졸업 전날 요리부 동아리방에 앉아 남자친구를 떠올린다.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점심시간에 함께 먹었던 남자친구. 설레는 로맨스는 어찌하여 이어지지 못했을까.

졸업식 당일 마나미는 남자친구 얼굴을 사진으로 본다. 남자친구의 엄마는 아들의 사진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마나미는 남자친구의 엄마와 눈인사를 나누고 답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다. 하지만 끝내 답사를 읽지 못했다.

졸업식 후 밴드 공연에서 모리사키의 ‘대니 보이’ 열창을 들으며 마음을 달랜 마나미는 텅 빈 졸업식장에서 누군가에게 답사를 들려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영원한 젊음 속에 남겨질 친구의 잃어버린 미래를 가슴 아파하면서.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겹치는 장면이다.

영화는 인생의 한 단계를 마감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설렘과 불안, 아쉬움 등을 차분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펼쳐낸다. 주인공 네 명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중 어느 것에 더 공감할지는 관객마다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때 그 시절의 달곰씁쓸한 추억에 젖어 들게 할 만하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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